'2008/08/23'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8/23 고양이의 情 (1)
  2. 2008/08/23 습기 가득한 나무
  3. 2008/08/23 아이팟 (4)

고양이의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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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함께 사는 개와 야옹이들에게서 작은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 개와 고양이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성가신 경우를 당할 때가 더 많을지도.
샴 고양이 순이는 새벽 내내 곁에서 떠나지 않으며 졸거나 한다. 푹신하고 편한 곳에 가서 잠을 자도 좋을텐데 자주 가까이에 붙어서 몸을 말고 잠들거나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거나 한다.
이 고양이와 내가 이쪽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 동안 저쪽 어느 방에서는 EG와 십여년 넘게 함께 살아온 언니 고양이가 아내의 곁에 바짝 달라붙어 잠을 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고 일어나는 주제에 잠을 깰 때마다 얼굴을 부비고 인사를 한다. 내 생각에 인간의 인사성이라는 것은 고양이와 비교하자면 허례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나 반복되는, 부정확한 시간에 막내 고양이를 선두로 하여 위험한 속도를 내며 집안을 달리는 때만 빼면 평온하기 이를데 없는 새벽이다. 제발 악기들 사이를 통과하는 시합은 그만두면 좋겠다.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으니까.
2008/08/23 04:40 2008/08/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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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가득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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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곳은 가까이에 한강이 흐르는데다가 집 옆에는 강으로 이어지는 큰 냇물이 있다. 여름에 이곳은 습기가 가득하다.
아침, 밤으로 바람이 시원하여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여름을 지냈다. 에어콘을 자주 켜지 않은 탓에 집안 가득 음습할 때가 많았다. 그 덕분에 방 안에 세워둔 악기들도 습기만 흠뻑 먹었다. 최근에는 밴드 연습날을 제외하고는 보름 가까이 플렛리스로 개조한 프레시젼만 들고 다녔었는데 아무리해도 묘하게 틀어진 네크의 상태를 좋게 하기 어려웠다. 습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해결하면 좋을 일이지만 내일 저녁에는 작은 연주가 있다.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트러스로드를 돌려 바로잡았다. 분리하여 조금 돌리고 다시 조립하기를 세 번 반복했다. 좋은 상태가 되어줬다.
요즘 나는 뜻밖의 어려움에 빠져있다. 꼭 잘 해내고 싶은 곡이 있는데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곧 녹음해야할 곡이고 시간은 많지 않다. 악기를 손질하듯 그저 나사만 조금 조여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되어질 일은 물론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는 뭔가 생활의 변화가 필요하다.
2008/08/23 04:27 2008/08/23 04:27

아이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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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년여 동안 사용하고 있는 구형 아이팟. 우연하게도 EG의 것도 내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별의 별 실없는 것을 가지고도 키득거리고 반가와한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집의 사람들도 처음 만났을 때에 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네... 와 같은 말을 주고 받았었다. 나는 수 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것을 지닌채 돌아다녔다. 낯선 곳에서 이어폰을 쥔 채 음악을 고르고 있었거나,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저것을 놓으며 큰 숨을 쉬었다거나 하는 행적이 묻어있다. 그래서 두 개의 아이팟은 두 사람이 만나기 전의 생활에 대한 냄새가 배어있을지도 모른다. 때도 묻고 흠집도 많이 났다.

EG는 가볍고 얇은 아이팟 터치만 들고 다니고 있어서 스피커 옆에는 항상 저렇게 두 개가 놓여지게 되었다. 마치 쟤들도 어쩌다가 결국 만나서 같이 살게 된 것 처럼.

결혼 1주년, 스을쩍 지나가서 미안하다. ^^;
2008/08/23 03:56 2008/08/23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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