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해두지 않으면 자주 잊어버린다.
우리 밴드만의 단독공연이었어서 많은 것을 욕심내기로 했었다. 다른 공연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악기들도 공수해왔었고... 가능한 마음껏 소리내려고 작정을 했었는데.
공연장의 크기에 맞는 앰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 엔지니어가 해줘야할 일은 그분에게만 따로 있는 것이고, 밴드의 무대 사운드가 완벽하게 감압을 조절할 수 있어야했는데. 마치 무대 위에서 이미 믹싱이 끝난 상태처럼 완벽했기를 원했었는데 충분히 될 수 없었다. 다섯 번 공연하면서 다섯 번 사운드 리허설을 해댔으니, 아직도 우리에겐 사운드에 관한 매뉴얼이 정립되지 않은 셈이다. 관객이 어떻게 들었는지, 어떻게 구경하고 돌아갔는지는 나중의 문제.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충족되는 것이 우선이지 뭐. 내가 만족스럽지 않은데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신나든 불평을 하든 무슨 상관일까. 하여튼 음악의 완급조절, 음량의 적절함에 대한 문제는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웠다.
엘릭서라는 상표의 베이스 줄은, 한 마디로 못쓰는 줄이었다. 여름을 지나면서 스트링 비용이 너무 많이 지출되어버렸던 탓에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덜컥 두 세트나 사버렸었는데, 공연 이틀째에 다 끊어버리고 DR과 다다리오로 교환했다. 정전기가 심하여 심지어 앰프와 D.I.를 통해 스피커에 심각한 잡음을 내기도 했고, 연주 도중 잠시 페달보드의 이펙터를 만지다가 약한 감전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답답한 소리.... 못쓰겠더라.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툭툭 다 끊어서 버리고 대기실에서 원래 사용하던 스트링으로 갈았다. 결국 십여만원을 며칠 사이에 낭비해버린 셈... 왜 나는 늘 돈주고 배워야 하는거냐. 우습고 한심하다.
Radial의 D.I.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 물건의 종류가 세 가지나 되는지도 몰랐다. 어처구니없게도 베이스 줄을 갈았더니 원래대로의(혹은 원래대로라고 여겨지는) 소리가 나왔다. (모든 것을 베이스줄을 탓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사실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고 하면 아직 D.I.의 소리들을 잘 구별하지도 못한다. 전적으로 느낌상의 이야기. 감정상의 투덜거림이었을 뿐.
세 개의 악기를 썼는데, 악기마다 페달보드의 세팅이 달라져야했어서 이펙터를 밟아대느라 발끝이 바빴다. 컴프레서는 거의 쓰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것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일텐데도 프리앰프며 다른 공간계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끝도 없는 악기욕심만.












Leave your greetings here.
Faith 2009/11/16 12:21 Modify/Delete Reply Address
선생님 방가버요. 구리아점마에염... 요새 일한답시고 무척 바쁘게 지냈더니 기타도 치고싶어 죽겠고 음악도 많이 듣고 싶고.. 그래요..ㅠㅠ 제 아이팟에는 샘이 주신 장기하 음악이랑 친구가 준 가요밖에 없어서 맨날 그것만 듣는데 저녁에 퇴근하면서 들으면 기분이 정말 꿀꿀해요(사랑노래가 슬픈것들이 많차내요) 가뜩이나 애들 생각에 종종걸음인데 슬픈노래 자꾸 듣기 싫고... ㅠㅠ 빨리 학원에 다시 다닐날만 손꼽아봅니다. 막상 다닌다고해도 연습할 시간도 좀 있어야해서 바로 가지 못하구 있어염.. ㅠㅠ
akaki 2009/11/24 04:15 Modify/Delete Reply Address
어제 저녁, 이 곳에서 있었던 The Swell Season 의 공연에 갔었습니다.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참 좋더군뇨. 공연을 보면서 '아 저 사람은, 밴드는, 그룹은, 정말 즐거워하며 열심히 한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때가 있지요.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큰 공연장을 층층이 꽉 채운 관중 앞에서, 자신의 마루에서 친구들을 앞에 두고 서로 즐기듯 그렇게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하고 얘기를 하더군뇨. 좀 멀리 앉아있었어서 얼굴 표정을 잘 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두 시간 반 동안 정말 뿌듯했답니다. :)
nina:# 2009/11/25 01:14 Modify/Delete Reply Address
공연은 좋았다는 말로 하기엔 제게 벅찬 것이었어요.
매번 리허설이었다며 아쉬워하시지만, 오프닝에서 둥둥둥두 두두 두두두~ 하며 베이스가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전주에 들어갈 땐 정말 내 마음에 주단이 깔리는 듯한 둥실둥실한 기분~였어요 ^^ 한번더 들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역시 사운드는 오른쪽이 더 강해서 균형이 아쉽긴 했지만 행복한 시간들였습니다. 때론 완벽한 사운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연주자의 모습이 아쉬움을 채워주기도 하네요. 감사했습니다~ 아쉬움과 설레임과 맘속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하던 밤.. ^^
+) 같이간 어린친구가 평소와 달리 흥분했더군요. 팬하나 늘어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