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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7 카메라 고장 (1)
  2. 2008/02/11 아침의 컴퓨터와 빈 컵

카메라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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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고장나버렸다.
이미 몇 주 전 부터 자주 켜지지 않는 증상을 앓더니 완전히 켜지지 않게 되어버렸다.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들고, 건전지가 필요없었던 옛적 똑딱이 카메라를 그리워했다.
전지의 힘이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것, 집적회로 기판과 단순한 광학기계. 언제까지나 외부 동력 없이 제 기능을 다 해주는 것은 옛날 기계들이었던가.
늘 시험지 공책과 연필을 두고 지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는데 이제는 눈만 뜨면 잠자고 있는 컴퓨터를 깨워야한다. 주말에는 컴퓨터를 들고 일하러 갔어야했는데 그만 깜박 잊고 파워어댑터를 챙기지 않았었다. 일 년이 넘도록 혹사시켜오고 있는 맥북은 충전지의 힘으로 무려 세 시간이 넘도록 업무를 도와줬다. 어휴, 다행이군, 이라고 했지만 도중에 멈춰버릴까봐 얼마나 신경이 쓰였는지.

고장나버린 카메라야 뭐 수리를 하던가 하면 될일이고... 컴퓨터의 충전지도 여벌로 한 개 더 사두면 그만이다. 그런데 전기가 없어도 되었던 물건들을 자주 그리워한다.
2008/08/17 19:35 2008/08/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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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만 더 마시고 말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기 위해 빈 컵을 두고 앞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한 개 피웠다. 커피를 두둑하게 주문한데다가, 친구가 특별히 덤으로 한 봉지를 잔뜩 더 담아서 보내줬는데도 벌써 커피콩이 많이 줄었다. 밤 사이에도 꽤 많이 마셨다. 한 잔을 더 마시고 잠이 들면 딱 좋겠지만, 참기로 했다.
테이블 위에는 세 개의 랩탑들이 저마다의 일을 마치고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일이라고 해보았자 쓸데없는, 아니면 쓸데없어 보이는 허드렛일들뿐.
두 개의 맥북중에 내 것이 아닌 것은 화면이 밝다. 내 것은 화면이 어둡다. 그게 새삼 신경이 쓰였다.
한 개의 윈도우즈 랩탑은 맥에서 작동되지 않는 일들을 한 뒤 아까부터 쿨쿨 자고 있다.
몇 년 전에도 홈페이지에 써둔 기억이 있는데, 도대체 누구나 '한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를 쓰고 있다는 생각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길게 설명을 해드려도 파일을 보내는 분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hwp와 '알집'의 파일들을 보내준다. 이 집의 윈도우즈 컴퓨터 마저도 '한글' 프로그램은 설치되어있지 않다. 늘 파일을 변환하느라 엉뚱한 잔손질을 거친다. 그들의 고집만큼 나도 미련해서, 아직도 '한글'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고 '부트캠프'도 써본적 없이 텍스트 파일들을 만진다.

누구나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잔다는 것도, 누구나 밤에는 잠들고 아침이면 일어나 출근을 한다는 것도 일종의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 세상의 일들은 그런 스테레오 타입의 연결로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명절연휴엔 어느 집에나 아버지의 형제들이 모인다거나, 누구나 따뜻한 가족에게 찾아가 뜨뜻한 떡국을 먹고 있으리라는 짐작도 대부분 허상이다. '그렇게 해야 정상'이라고 하는, 편견이다.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듯 불편해하면서 운전을 하다가 폐휴지를 가득 실은채 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을 보았다. 힘에 부쳐 도로에 멈춰 서더니 큰 탄식을 했다. 자동차 안에 앉아 있던 내 귀에 그의 탄식은 들리지 않았음이 틀림없었을텐데, 나는 아주 긴 한숨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갈 곳 없었던 사람들, 가고 싶은 곳이 없었던 사람들, 주저앉아 쉴 수도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행복한 순간들의 습격을 받기도하고 즐거운 일에 놀라기도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8/02/11 07:43 2008/02/11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