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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4 컵 선물 (1)
  2. 2008/02/11 아침의 컴퓨터와 빈 컵

컵 선물

General 2008/04/14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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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가 주인마님의 새집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부디 건강하게, 어리광 잔뜩 부리며 잘 살아라. 몇 개월간 즐거웠다.

명색이 새집 첫 방문이었는데, 그만 생각없이 빈손으로 다녀오고 말았다. 그런 주제에 돌아올때엔 오히려 선물을 잔뜩 받아들고 나왔다. 염치라고는 전혀 없는... 손님이 되었다. 미안합니다. -_-
말도 안되지만, 그런 미안한 마음으로 얼른 커피를 한 잔씩 만들어서 예쁜 컵에 따라 마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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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만 더 마시고 말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기 위해 빈 컵을 두고 앞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한 개 피웠다. 커피를 두둑하게 주문한데다가, 친구가 특별히 덤으로 한 봉지를 잔뜩 더 담아서 보내줬는데도 벌써 커피콩이 많이 줄었다. 밤 사이에도 꽤 많이 마셨다. 한 잔을 더 마시고 잠이 들면 딱 좋겠지만, 참기로 했다.
테이블 위에는 세 개의 랩탑들이 저마다의 일을 마치고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일이라고 해보았자 쓸데없는, 아니면 쓸데없어 보이는 허드렛일들뿐.
두 개의 맥북중에 내 것이 아닌 것은 화면이 밝다. 내 것은 화면이 어둡다. 그게 새삼 신경이 쓰였다.
한 개의 윈도우즈 랩탑은 맥에서 작동되지 않는 일들을 한 뒤 아까부터 쿨쿨 자고 있다.
몇 년 전에도 홈페이지에 써둔 기억이 있는데, 도대체 누구나 '한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를 쓰고 있다는 생각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길게 설명을 해드려도 파일을 보내는 분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hwp와 '알집'의 파일들을 보내준다. 이 집의 윈도우즈 컴퓨터 마저도 '한글' 프로그램은 설치되어있지 않다. 늘 파일을 변환하느라 엉뚱한 잔손질을 거친다. 그들의 고집만큼 나도 미련해서, 아직도 '한글'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고 '부트캠프'도 써본적 없이 텍스트 파일들을 만진다.

누구나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잔다는 것도, 누구나 밤에는 잠들고 아침이면 일어나 출근을 한다는 것도 일종의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 세상의 일들은 그런 스테레오 타입의 연결로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명절연휴엔 어느 집에나 아버지의 형제들이 모인다거나, 누구나 따뜻한 가족에게 찾아가 뜨뜻한 떡국을 먹고 있으리라는 짐작도 대부분 허상이다. '그렇게 해야 정상'이라고 하는, 편견이다.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듯 불편해하면서 운전을 하다가 폐휴지를 가득 실은채 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을 보았다. 힘에 부쳐 도로에 멈춰 서더니 큰 탄식을 했다. 자동차 안에 앉아 있던 내 귀에 그의 탄식은 들리지 않았음이 틀림없었을텐데, 나는 아주 긴 한숨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갈 곳 없었던 사람들, 가고 싶은 곳이 없었던 사람들, 주저앉아 쉴 수도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행복한 순간들의 습격을 받기도하고 즐거운 일에 놀라기도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