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의 공연을 마치고, 거의 이삿짐 수준의 악기와 짐들을 자동차에 나눠 싣고, 꽉꽉 막히고 밀리는 도로를 뚫고 아늑한 클럽에 도착했다. 그리고 새벽 다섯 시 까지 다시 또 연주의 연속. 나로서는 술을 마시고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 보다 그 편이 훨씬 좋았다. 다시 악기를 챙기고 겉옷을 걸쳐 입고 있을 때가 되어서야 손가락이 많이 아프고 있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용 파스 같은 것도 있는지...?
오랜만에 낡은 클럽에서의 사진을 얻었다. (그곳 관계자분들께는 죄송합니다 ^^; ) 수십년이 된 장소도 아닌데 낡았다는 표현을 사용하기엔 마땅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맨 처음 그 장소가 생겼을때 반갑고 기분 좋아했던 것이 생각났다. 벌써 세월이 흘러 이제 십 년도 훌쩍 넘었으니... 소박한 규모의 무대가 새삼 반가왔던 것인지 제법 흥이 나서 나는 어쩐지 마음대로 연주해버렸던 것 같았다. 지켜보신 분들이 '그렇게 신이 났었나요'라고 해줬다. 흐흐, 제가 그랬었나요.
새벽, 곧 동이 틀 시간이겠지만 주룩 주룩 고맙게도 비가 내려주고 있다. 아침이 되어도 눈이 부시지 않을 것 같아 좋기만 하다. 오늘 저녁엔 오랜만의 클럽 공연. 게다가 그 장소는 정말 오랜만에 가보는 곳이다. 이제는 낡고 우중충해져있을 그곳의 입구에 다다르면 뭔가 반가운 것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공연할 곡들을 대충 연습해보다가 오래 전에 드나들었던 곳들이 생각났다. 비좁은 무대여서 서있을 자리가 없었던 클럽들이 그때엔 더러 있었다. 먼저 드러머가 손님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어렵게 심벌들 사이로 몸을 통과시켜 드럼 세트에 앉으면 그제서야 겨우 겨우 콤보 앰프 위에 걸터앉아 엉덩이에 진동을 잔뜩 느끼며 연주해야 했던 눅눅하고 좁아터진 옛날의 클럽들, 카페들을 매일 그리워한다. 앞에 마주보고 앉은 관객과 눈이 마주쳐지는 것이 자주 민망해서 몇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연주하기도 했었는데... 지금도 어딘가에는 그런 곳들이 남아야 있겠지만,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렇게 음악을 즐기려하는 청중들은 존재할 것인지...?
즐거웠고 기분좋게 연주했다. 몇 가지의 기분 좋을 수 없었던 문제들은 사실 문제가 될 것도 아니었다. 신경쓰이지도 않는 작은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왜 자주 잊을까. 무대 위에서의 소리라는 것은, 아무리 음량이 크고 소란하더라도 차분하고 고요했어야했다. 경험으로 배워 알고 있는 것들을 관객을 의식하느라 놓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것이 공연 후에 계속 마음에 걸려서 싱글거리며 웃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귀가 아프고 이명이 심하다. 내일의 공연을 위해 잠을 자야할텐데.
자, 대용량의 앰프와 PA사운드로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은 소박한 앰프와 스피커들을 놓고 벌이는 나긋한 재즈 공연이다.
저기... 손가락용 파쓰는 침... 귀여운 표정으로 입에 한번꼭 물어주기... 어울릴것 같은데요?
으웩. 너무하세요. 제발 새해엔 다른 취향을 골라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