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었던 브릿지를 큰맘먹고 분리하여 라이터 기름으로 깨끗하게 닦았다.
그러나 닦아서 다시 조립한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전처럼 녹이 슬었다.
결국 부식이 심했던 나사 대가리 한 개는 어느틈엔가 그냥 바스러져버리고 없었다.
지금은 그냥 사용하는데에 지장이 없어서 내버려두고 있지만 이것도 머피의 법칙이라고, 이러다가 반드시 다급하게 브릿지를 조정해야만 하는 급한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부속을 어디선가 마련해둬야겠다.
내일은 오랜만에 스튜디오 녹음이 있는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테인레스줄로는 처음 해보는 녹음의 결과물이 몹시 궁금해진다. 거래하는(?) 악기가게에 들를 시간이 없었어서, 지금 여벌의 새 줄 세트도 없는데, 뭔가 불안한 마음으로 녹음실에 가야만 한다. 그래서 두 개의 베이스를 모두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
요즘 가르치러 다니는 음악학원에서 다른 강사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물어왔다. 베이스에는 초보인 학생이 한 명 있는데, 내년에 베이스를 전공하는 것으로 대입시험을 치르고 싶어한다고 하면서, "재즈 아카데미라든가 이런 학원에 다니는 게 좋을까요, 그냥 개인레슨을 받게 하는게 좋을까요"라며 나의 의견을 물었다.
나는 그냥 평소의 생각 그대로, 어디에 다니든 안다니든간에 할 넘은 하고 못할 넘은 못할테니 좋을대로 하라고 하세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의 그런 대답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괘씸하게 여길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왜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했을꼬.
그리고 같은 분이 이번엔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재즈를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그러는데 유학을 다녀오는게 좋을까요... 어떨까요, 라고 묻기도 했다. 그것 역시 나는 평소 생각대로, 유학을 다녀오든 아니든간에 할 사람은 할테이고 아닌 사람은... (앗, 실수) 뭐, 그럴테니... 마음이 시키는 쪽으로 하세요,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역시 집에 오는길에 혼자 생각해보니 듣는 쪽에서는 제법 '싸가지없이' 들릴 수도 있는 말 아니었던가.
내가 그렇게 타인의 일에 냉소적인 사람이 못되는데, 최소한 진지한 매무새라도 갖추고 대답을 해드렸어야 옳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녹슨 나사처럼 나도 세월에 부식되어 쓸데없는 나이만 먹어서, 점점 남의 일에 대수롭지 않게 응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러다가 어느 순간 바스러질라.
그러나 겉매무새를 다듬고 말했다고 해도 대답의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므로... C선생, 혹시 이 블로그에 들러서 이 글을 읽는다면 제 대답의 본뜻을 부디 너그럽게 생각해주세요.
http://aulait.nawow.net/tt/trackback/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