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피아노 | 3 ARTICLE FOUND

  1. 2006/08/22 Spain Again (2)
  2. 2006/06/09 피아노
  3. 2005/07/17 좋은 연주를 보다.

Spain Again

Music 2006/08/22 18:09
미셀 카밀로 Michel Camilo의 모습을 볼때마다 상상을 해보는 것이 있다. 존 파티투치, 칙 코리아와 함께 양아치 분위기 물씬 풍기는 모양의 정장을 입혀서 나란히 거리에 세워두면 영락없이 마피아의 무리처럼 보일 것 같다는 것..., 뭐 아니면 말고.
얼마 전에 바다 군의 커피 가게에 들렀을때, 그가 음반들을 뒤적거리면서 물었었다. "미셀 카밀로, 스페인. 가지고 있어?"
물론, 있지~! 라고 대답하고 내심 그 정도는 이미 듣고 있다구, 라는 식으로 건방지게 앉아 있었는데 아뿔싸 흘러나오는 음악은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올해에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 Tomatito의 두 번째 앨범이 나왔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베이스가 없는 음반들은 우선순위 아래로 미뤄 두고 들어보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 바다에게는 그래서 항상 새로운 음악들을 신세지고 있다. (이것은 그가 맨처음 나에게 재즈를 알려줬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그날 밤에 일부러 운율을 맞춘 것처럼 이름붙인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의 두 번째 시리즈 Spain Again과 키스 자렛의 두 장짜리 재즈 거장들에 대한 헌정음반을 당장 빌려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집에 돌아왔었다.

스페인 어겐 음반은 행복한 소리들을 모두 모아 꾹꾹 눌러 담은 듯이 알차다. 악기라고는 기타와 피아노 두 개 밖에 없지만 도무지 빈틈이 없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얘기인가)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피아졸라 Astor Piazolla 특집이라도 꾸민 듯, 피아졸라의 곡이 세 곡 담겨있다. 당연히 'Libertango'가 들어가 있고, 'Fuga y misterio' 와 'Adiós Nonino'가 함께 들어있다. 그리고 스탠다드로 'Stella By Starlight'도 있고, 칙 코리아의 'La Fiesta'도 연주해줬다.(A key로 연주한 이유는 기타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팻 메스니에게 헌정하는 곡이라고 하는 'A los nietos'가 있다. 평소에 칙 코리아, 조지 벤슨, 팻 메스니를 좋아하여 연구하듯이 듣고 있다는 Tomatito의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미셀 카밀로는 앨범의 첫 곡은 피아졸라에게 바치는 곡 'El Dia Que Me Quieras Tricuto A Piazzolla'으로 시작하여 그 곡을 프롤로그로 삼고, 마지막 곡은 이 음반의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듯 에필로그로 삼아 노래를 넣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만든 시작과 끝이 근사하다. 마지막 곡 'Amor De Conuco'에서 노래를 불러준 Juan Luis Guerra는 사실 대단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이 사람도 마피아처럼 생겼다)

재즈를 바닥에 깔고는 있지만 재즈는 아주 조금만 들어있다. 분류는 플라멩코로 되어있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고, 피아졸라의 곡들이 들어있지만 탱고 음반도 아니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간단하게 '이것이 라틴재즈!'라고 써놓고 있었다. (참 간편한 방법이다) 그런 것 신경쓸 필요없이 한 시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죽 들어주면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음반이다.

피아노

General 2006/06/09 23:45
오늘도 운전을 많이 했다.
오전 일찍 집을 나설 때엔 데이브 그루신, 빌 에반스, 키스 자렛, 브라이언 멜빈을 들었다.
밤 늦게 집에 돌아오는 동안에는 크리스 보티와 아르투로 산도발, 마일즈 데이비스를 들었다.
낮에 들렀던 헌책방이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니었다고.) 옆이었는데, 그 동네 특유의 풀냄새와 한적함 때문이었는지 언덕위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피아노 음악에 취해있었다.

내 기억속에 가장 오래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피아노와 관련된 이미지는, 희고 예쁘장한 손에 묻은 핏방울이었다. 새로 펼친 악보에 그만 손가락을 베어서, 그 여자의 손에서 핏방울 하나가 건반 위에 뚝 하고 떨어졌었다. 나는 일곱살도 되지 않았던 꼬마였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 에로틱하게 느껴졌었다. 그후로 한참을 흰 종이, 흰 손가락, 흰 건반과 붉은 핏방울의 이미지에 홀려있었던 기억이, 오늘 났었다.
여차여차하여 그 해 여름 이후 피아노 앞에 앉아본 적은 없게 되었었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세상에 피아노만한 악기가 또 있을까.

피아니스트 유성희 밴드의 음악을 구경갔다왔다.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무너져가던 기분의 전환을 도우러 달려와준 고마운 친구같은 음악이었다.
그 전날 XXX밴드 구경을 갔다가 잔뜩 실망을 하고 돌아왔었던 참에, 정신적인 구원이 되는 공연이었다.

유성희씨는 2001년도에 닐스 헤닝 어쩌구저쩌구 페데르슨 (사람의 이름이 너무 긴 것도 민폐다, 민폐)를 구경하러 엘지아트센터에 갔었다가 난데없는 (?) 게스트로 출연했을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연주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보다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그가 아주 많이 떨고 있는 것이 무대 아래에서 너무 자세히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날 밤이 그의 데뷔 무대라고 했었던가. 초긴장 상태의 젊은 여성이 무서운 테크니션인 46년생 닐스 헤닝 어쩌구저쩌구와 함께 비교적 깔끔한 연주를 해냈던 것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었다. (검은 드레스였지, 아마?)

지난 밤의 유성희씨의 연주는 물론 100%가 아니었을 것이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장소의 분위기와 사운드와 몇몇 문제들이 있었고 그것을 감안해서 생각해본다면 더 좋은 연주였다.
내가 왜 이렇게 '오바'하며 좋았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최근 구경했던 대부분의 젊은 재즈 밴드들이 기본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음악의 '기본'이라는 것에 자신이 없기때문에 스스로 옳게 판단하는 것인가 하는 것 조차도 갸우뚱하여 그저 말없이 불만만 가지고 있었는데, 내 판단이 맞았다. 유성희씨의 피아노는 후텁텁한 기분을 바꿔줄 정도로 좋았다. '기본'에 충실한 연주가 최고다. 그것은 그 연주자가 거짓없이 충실히 연습했다는 증거이고 열심히 많이 고민해왔다는 결과이기도 하다. 악기를 메고 돌아다닌답시고 남의 연주 들으러 다니는 것을 귀찮아 할 때도 있지만 순수한 감상자로 돌아가 클럽순례를 다니는 것은 좋은 공부다. 이번처럼 괜찮은 선물을 받을 때도 생기게 된다.

집에 돌아와서 아침까지 앤소니 잭슨의 라이브를 듣고 잠을 청했는데, 한 시간만에 깨어나고 말았다.
잠결에 계속 베이스의 지판이 보이고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였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앉았을 때엔 '자, 연습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금세 졸리웁다. 이런 글이나 쓰고 앉아 있다... 아마 곧 다시 잠들겠지. 이러니 기본이고 뭐고를 떠나서 나라는 녀석은 잘하는 연주자가 되기가 머나멀 수 밖에 없다. 정오에 약속이 있으니 사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자야한다. (궁색한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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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희씨는 연주가 끝나고 나서, 끝까지 들어줘서 고맙다며 나와 일행에게 직접 인사를 했다. 어이구, 송구스러웠다.
천만에요, 고맙게 잘 들었답니다...정도의 한 마디 대꾸도 못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