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좋은 상훈씨는 공연 전의 모든 리허설을 양보하며 대리 연주자를 돕기 위해 신경을 써줬다.
그렇게까지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거라고 말해줬지만 몹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친구도 어느 정도 편집증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루를 대신 연주해주는 것 뿐인데도 후배 친구는 시간과 공을 들여 연습하고 메모하고 수고를 했다. 친구를 보면 사람을 안다고. 물론 테크닉이라든가 감각도 좋았다. 어린 친구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제 공연에는 원래의 멤버인 상훈씨가 연주를 했다. 리허설 내내 소리를 파악하고 전체 사운드를 매만져줬던 엔지니어 분이 말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크더군요."
리허설 동안 대리 연주자의 사운드만 들어왔다가, 첫날 공연에서의 상훈씨의 연주를 듣고 그것을 칭찬하는 말이었다. 확실히 후배 친구로서는 너무 억울한 말이 되겠지만,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결론이었다. 그랜드 피아노도 아니고 전기로 동작하는 신디사이저일 뿐인데도 연주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소리는 달라진다. 그것을 어떻게든 산술적인 수치로 분석하자면 할 수야 있겠지만, 역시 방법과 공식의 문제가 아닌 어떤 것이다. 그가 눌러주는 첫 음이 무대 위의 공기를 바꾼다. 어깨엔 힘이 빠져있고 듬직한 팔의 중력으로 건반의 소리를 내준다. 세기의 조절이라든가 다음 음을 쳐줄때까지의 간격에는 모두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다. 왜 이 친구가 그렇게 바쁜 연주자인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그렇다. 음악 외의 삶에서 개성이 드러나고 그것은 곧 인간성이다. 인간성이 무대 위에 악기와 함께 표현되면 음악성이 된다. 그것을 알아야한다. 음악을 배우고 연습하는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억지 논리이지만, 이명박에게 투표한 사람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