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험했던 몇 가지 장면.
1. 고작, '일본인은 확실히 한국인보다 영어를 못하는 것이죠? 요즘 젊은 일본애들도 마찬가지인가요?'라는 질문을, 확신에 찬 어조로 일본사람에게 할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도무지 한국인은 예의범절을 배울 수 없는 것이겠죠?'라는 질문을, 일본인으로부터 받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겠니?... 라고 묻고 싶었다. 일본계 미국인들의 유창한 미합중국 사투리는 어떻게 설명하려고 그러는 것이며, 수십년을 미국에서 살았지만 한인촌을 떠난 적이 없는 덕분에 타지방을 여행하지도 못하는 사람은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이런 분들은 아프로 아메리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아프리칸 잉글리쉬 스피커는 마음 놓고 멸시할 준비가 되어있는 종류의 사람이다. 배워도 무식하고 읽어도 무식해질 사람들.
2. 미국에서 방문하신 이모님이, '우리는 오로매릭이라고 하는데 너희들은 왜 오토매틱이라고 하는 건지 참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정말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던 일.
- 싱가폴, 호주, 유럽인의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도 못하시는 것이 이모님으로서는 당연한 것이겠구나, 생각했다. 캐나다 사람들의 영어를 비웃는 미국의 이민자들은 영어가 불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와 섞이고 섞여서 버무려진 독특한 언어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오또마띠크라고 해도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외국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아마도 영원히 모르실 것이다.
3. 유치원의 '원어민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영어이름을 지어오라고 하는데 아들, 딸의 영어이름을 고르기 위해 엄마들이 고민중이라는 이야기.
- 예전에 종교적인 이유로 부모가 자신의 이름을 요셉이라고 지어버린 어떤 녀석이, 미국에 출장을 가게 생겼는데 적당한 영어 이름이 없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마태가 matthew라는 것도, 베드로가 peter라는 것도 미처 모르고 있었으므로 자신의 이름이 josep이라는 것도 당연히 몰랐으리라. 어째서 자국어로 되어있는 이름을 미국식 영어로 개명해야 좋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일까. 중국에 유학가는 아이들은 어째서 중국어 이름을 짓지 않는 것일까. 한자 이름을 중국어로 부르면 된다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일본 유학생들은 일본이름을 왜 지어가지 않는 것이냔 말이지. 창씨개명했다고 욕먹을까봐 그러는 건가? 두바이에 출장가는 친구 녀석은 왜 아랍식 이름을 만들어가지 않는 것이냐. 어떤 '실용'을 내세워 변명한다고 해도 내 고리타분한 관점에서는 사대주의적인 영어지랄병에 다름 아닐 뿐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어 배우는 미국인이 한글 이름을 지어서 입국하더냔 말이다.
4. 내 아내의 이름을 미국인이 발음하기 좋도록 영어이름 철자에 맞게 써보냈다가, 나이드신 미국인 은사로부터 꾸중을 들었던 일... '어째서 한국어의 이름을 영국인, 미국인의 이름처럼 보이려고 적어두었느냐. 그런 어리석은 외국어 배우기는 삼가는 것이 좋다.' 그 이메일을 받고 너무 부끄러웠었다.

- 그 선생님은 일본을 방문할 때에는 히라가나와 카타가나를 공부했고, 한국에 와서는 한글을 읽고 쓰는 법을 익혔었다. 그 경험으로 대충의 한자를 쓰고 외더니, 가끔씩 엉뚱한 한자 문신을 해버린 서양인들을 보고 유쾌하게 웃기도 했었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법을 전공했던 그 선생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외국인의 이름을 얼버무려 발음하는 일이 없었다. 받침이 없는 일본인의 이름도, 파찰음이 심했던 한국학생의 이름도 항상 바르게 부르고 발음했었다. 언젠가 우리집에 오셨을때에 어머니가 내어주신 과일을 함께 먹다가 일부러 주의를 기울여 '토.마.토.'라고 말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영어를 알지 못하는 내 어머니를 배려하여 고맙게 잘 먹겠다는 인사를 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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