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자세하게 그려진 악보를 나눠줬었지만 어떤 학생에게는 여전히 알쏭달쏭 복잡하여 간단한 마디 마디들이 모두 혼동이 되고 있던 중이어서 모두를 불러 앉혀놓고 그 앞에서 커다랗게 그렸었다. 공연을 바로 앞둔 즈음 이런 정도의 대본읽기, 혹은 작전회의를 했다고 하면 공연날에는 아무 문제없이 연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은 다양하다. 공연 직전 한 친구는 나에게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난다'라며 초조해했었다. 그럴 수 있다. 음악을 모두 외고 있다고 해도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든 될테니 무대에 나가서 잘해보렴, 이라고 해줬다. 그 학생은 썩 잘 해냈었다.
모든 것을 자세하게도 기억하고 있었던 한 학생은 긴장했던 탓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직 연주중이었는데 그만 저 혼자 음악을 끝내고 말았다. 사소한 실수, 녹화된 영상을 다시 보니 그 실수가 그렇게 재미있었다.
나는 이 사람들중 누군가들이 정말로 음악 연주인이 되어서, 언젠가 어떤 무대에서 우연히 마주치거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작 몇 분짜리의 음악 순서는 지도를 그리듯 일러줄 수 있지만 어떻게 해야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두 줄 조언도 해줄 깜냥이 못되는 것이 부끄러울 뿐. 그저 소중한 것을 지켜가며 즐겁게 열심히 살으렴.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친구들이 인생의 map이 되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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